[아메리카 편지] 계엄령의 역사
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난데없는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하는 와중에 국회와 시민이 뭉쳐 계엄령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키며 신속하고 단호한 대처로 민주주의를 수호한 데 대해 전 세계가 박수를 보내고 있다. 그렇지만 이러한 기이한 일이 일어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정치적 취약성을 노출한 경종이다. ‘사우스 코리아의 혼란(turmoil)’이라는 부제 아래 계속해서 보도되는 뉴욕타임스 기사들을 보며 나는 북미 사람들이 하나같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접했다. “미국에서도 계엄령이 갑자기 선포될 수 있나?” 특히 도널드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를 앞두고 불안정한 정치 분위기를 우려하며 나온 질문이다. 캐나다는 계엄령 자체가 아예 없는 나라다. 1914년에 통과된 캐나다 전쟁조치법(War Measures Act)은 전시에 연방정부에 특별한 권한을 부여하는 법이었다.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비롯해 역사상 세 번 사용됐다. 그러나 1988년에 이 전쟁조치법은 긴급법 (Emergency Act)으로 대체되었다. 군사가 개입된 계엄령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법이다. 미국의 경우도 대통령에게 군사통치를 선언할 수 있는 권한은 헌법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. 그러나 각 주 정부는 긴급상황시 사법심사를 통해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다. 계엄령(martial law)의 영문 용어는 고대 로마 전쟁의 신 마스(Mars)에서 유래되었다. 그 법의 유래는 로마 공화국의 정치 체계에 뿌리를 두고 있다. 비상시 공화정의 체제를 보전하기 위해 정무관에게 모든 권한을 양도하는 ‘원로원 최종 권고(Senatus Consultum Ultimum)’가 그 뿌리다. 역사에서 총 13번 발동되었는데, 공화정 말기에 폼페이우스·카이사르 등의 정치가들에 의해 악용돼 결국 로마 공화정은 몰락했다. 역사의 결론은 단순하다. 정치적 목적으로 계엄령을 발동시킨 세력은 반드시 몰락한다는 것이다. 김승중 / 고고학자·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계엄령 역사 비상계엄령 선포 계엄령 해제 계엄령 자체